2006년 08월 11일
포옹

며칠 전, 친척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어릴때는 그렇게 자주 다녔었는데, 다들 머리가 커져서인지 근 10년간 안다니다가 정말 오랜만에 간 가족 여행이었다. 사진은 같이 간 6촌 동생들이다. 누나는 열살, 작은애는 여섯살. 겉으로는 동생에게 무관심한척하고, "아유 쟤 때문에 못살겟어" 라고 어른흉내도 내곤 하지만, 틈만나면 끌어 안고 빙빙 돌리고 부비는 것이 19세 미만 관람불가 수준이다. 작은 애는 벌써 여섯살이지만 왠지 모르게 말이 없다. 아마도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실거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누나는 여덟살짜리 둘째동생은 놔두고 막내동생만 줄창 끌어 안고 산다. 아기들과의 스킨쉽이 중요하다더라. 뜻 모를 엄마의 목소리, 따뜻한 향기, 살의 촉감, 이런것들이 가장 먼저 뇌를 발달시키는 교육적인 자극들이라고 한다. 그런 사실을 누나가 알리는 없겠지만, 그 필사적인 포옹을 보면 말이 늦은 동생을 위해 가장 헌신하는 사람은 열살난 누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왠지 서글프다.
나 어렸을적 생각해보면, 참 밉다. 나는 아기들은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싫어한다. 아기들은 말이 능숙해지면서부터 만인에 대한 투쟁에 길들여진다. 이득과 손해를 알게되고, 권력의 의미를 알게되며, 어른스러워지고 싶어한다.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는건 특히 내가 아이였을때 해놓은 짓 때문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미워했을지 상상이 간다. 예를들면, 내가 너댓살때쯤? 동생이 두세살쯤 이었을 때 하루는, 엄마아빠가 외출 했을때 가위로 동생 머릿카락을 한웅큼 잘라버렸다. 집에 돌아오신 엄마는 바닥에 흩어진 동생 머리카락을 보고 대경실색해서 동생을 문책하기 시작했다. 자기손으로 머리카락을 자른줄 아신게다. 혀짧은 말로 변명도 할줄 모르는 동생은 서러운 눈물만 뚝뚝 흘렸다. 나는 자수하기는 커녕 의기양양하게 '쯧쯧 어린애들이란...다 그정도도 관리못한 제 책임입니다' 라는 뻔뻔스런 표정을 짓고 서있어야 했다. 그 일이 부끄럽게 느껴진건 고등학교때 쯤이었는데, 그때는 사건을 들춰내기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있었다. 그 밖에도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렸을때는 동생 괴롭히며 하루하루를 보냈던거 같다. 그래서 아빠한테 많이 맞기도 했다.
하여간 아이들이 안이뻐보이기 시작할때는 어른흉내를 내기 시작할때부터인데, 지금 나의 모습이 투영되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어설픈 어른흉내 내면서 살고있잖아. 이득과 손해를 조금 더 잘 알고, 내가 영합해야할 권력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다. 이래서야 동생을 끌어안고 빙빙 돌리고 부빌수가 없는 것이다.
# by | 2006/08/11 06:38 | Category 0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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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어릴 적을 바라봤을 때, 아이들을 좋아해야 될까? 싫어해야 될까?
......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