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戒 (색, 계)


머리가 복잡할때 보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보고나면 심란해지는 영화가 있다. 보는동안 즐겁고 신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보는 동안 뭔가 불편하고 심지어 괴로운 영화도 있다. '색, 계'는 말하자면 후자에 속하는 영화고, 이상하게도 후자에 속하는 영화들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오랜만에 혼자 일부러 찾아가서 본 영화인 만큼 꽤 기대했던 영화인데 실망스럽지 않았던거 보면 괜찮은 영화 아닌가 싶다. 오히려 누구랑 같이 봤으면 그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을지도. '음식 남녀'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이안감독에게는 괜찮은 인상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색, 계'에서도 흔하디 흔한 사랑 얘기를 담담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뭔가 영화의 주제에 대해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내 식견과 감성과 경험의 해상도로 그려내기에는 너무나 미묘하고 아슬아슬하고 불명확한 이야기인지라 결국 아무 말도 쓰지 못하게 됐다. 이런 류의 영화는 직접 보고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한가지 동기부여를 하자면 내가 본 극장 상영작중에 최고로 야하다는 것 +_+.
양조위야 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지만 이번 영화에서 특히 그 특유의 '눈빛으로 모든것을 말하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또한 가공할만한 20세기적 매력을 폭발적으로 뿜어내 관객을 사로잡아버린 신예 탕웨이의 캐릭터는 비단 감독의 능력으로만 만들어 진 것은 아닐것이다. 1940년대의 위태로운 시대상과 그에 대비되는 상류 사회의 고풍스러운 삶을 묵직한 피아노 선율과 절제된 영상으로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점도 칭찬할만하다.
'색, 계'는 일반적으로 아무한테나 선뜻 추천할 수 있는 종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살다가 가끔씩 그리워지는 불편함과 약간의 고통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마약과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by 봉봉 | 2007/12/28 05:32 | 부스러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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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퍼 at 2007/12/29 20:21
보고 싶네.
가공할만한 20세기적 매력이 무엇일까나..
Commented by 봉봉 at 2007/12/30 04:33
나 왠지 옛날 사람들이 더 예쁘더라고 옛날 옷 옛날 머리스타일 화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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